중간보고서 “오늘의 우연

전시제목 : 중간보고서 – 오늘의 우연

참여작가 : 강은, 이수우, 이주영, 채관호, 최성희, 최윤길

전시기획 : 사진나무숲 기획팀

전시기간 : 2024년 2월 29일(목) – 2024년 3월 10일(일) 11시-18시(월 휴무일)

전시장소 : 사진공간 스페이스포포(부산광역시 금정구 장전동 417-11 눈사랑안경 3층)

기획글

아마추어 사진가는 무엇보다도 통찰력 훈련이 강조된다. 통찰력이란 사물을 꿰뚫어 보는 능력으로서, 사물을 보는 순간 그 사물의 의미나 느낌이 순간적으로 깨달아지는 능력이다. 아마추어 사진가는 꽃이면 꽃, 나무면 나무 더 나아가 사회현상이 남과 달리 보이고 달리 느껴지는 자기만의 눈이 중요하다. 세밀한 관찰력보다도 사물을 보는 순간, 아 하고 새로이 느껴지고 새로이 보이는 눈을 기르는 훈련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사진가들 사이에서는 ‘통찰력 없이는 백날 찍어야 헛일’이라는 말이 곧잘 들린다.

사진나무숲 수요촬영반은 3여 년간에 걸쳐 수요일 오전에 부산의 바다, 도심, 산복도로를 배회하며 촬영하고 리뷰를 통해 자신의 사진을 객관적으로 보고 선택하는 훈련을 해 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오늘의 우연은 촬영의 대상을 조우하는 것부터 사진을 선택하는 것 모두를 포괄하는 행위의 바탕을 이룬다. 사전적으로 우연(偶然, 영어: contingency)은 필연성의 결여를 의미하며, 마치 원인 없이 멋대로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지만 무원인(無原因)은 아니라고 한다. 우연에 대해서 철학적으로 사유하게 되면 일반인들은 그 깊이와 폭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들에 매혹되게 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상에서 부딪히는 우연은 우리의 통찰력에 이어져 있음은 분명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진가의 눈에 들어오는 대상은 모든 이들이 볼 수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셔터를 누르는 순간의 빛과 형체를 모두 담지한 카메라에 잡힌 사진이미지는 카메라의 셔터를 누른 그 작가의 통찰력에서 나온 우연의 결정체이다. ‘결정적 순간’은 그렇게 탄생 된 것일 것이다.

우연이 연속적으로 발생하게 되면 필연을 의심하게 된다. 사진이미지 한 장은 우연일 수 있다. 우연으로 탄생한 한 장의 사진 이미지가 또 한 장, 또 한 장 모여서, 우연으로 탄생된 이미지들 속에 동일한 내적인 의미가 반복될 때 그것은 필연이 되는 것이다. 동일한 내적인 의미는 사진작가의 통찰력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사진적 표현이다. 한정식은 사진은 사진작가의 말하기라고 한다. 반복된 우연의 사진이미지에서 드러나는 동일한 내적인 의미는 그 사진작가가 이 시대 혹은 삶에 대해 말하고 싶은 주제인 것이다.

‘오늘의 우연’ 보고전은 이러한 통찰력 훈련의 과정이다. 수요촬영반 중간보고전 참여작가는 강은, 이수우, 이주영, 채관호, 최성희, 최윤길이다. 그들 각자가 이 시대와 삶 속을 꿰뚫고 조우한 도시의 편린들은 어떤 의미들로 묶일 수 있을까? 자기의 사진을 벽에 붙여놓고 객관적으로 다시 살펴보는 행위는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철학적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 통찰력 훈련 과정 중인 사진작가는 이 보고전을 통하여 세상을 향해 자신이 말하고 싶은 주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 강은
©️ 이수우
©️ 이주영
©️ 채관호
©️ 최성희
©️ 최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