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기간 : 2024. 1. 3.(수) ~ 1. 14.(월)
– 전시 장소 : 스페이스 포포
– 전시 시간 : 매일 11:00 ~ 18:00
■ 작업노트
Janus ApartmentⅡ
야누스 아파트 사진 작업의 물질적 대상은 이 시대 집이라는 건축물이고, 표현하고 싶은
내적 대상 일상의 욕망이 머무는 장소성으로서의 아파트다. 1922년 건축가 르 꼬르뷔지에가 처음 제시하였으나
도시의 흉물이라는 평가하에 폐기되었던 아파트, 그것은 미래 인류세의 흔적이 될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다.
그 속에 묻힌 욕망은 불안과 환희의 야누스 얼굴이다. 1980년대 어느 이야기다.
생애 이렇게 신날 수가 없다. 자식네 집에 간다. 대도시 한복판에 집을 샀다고 한다.
자식 집 살 돈 보태려 마을 가득했던 논, 그 논 한때기 안 남기고 팔았거늘 …
우뚝 희번득 빌딩들! 벅찬 환희 숨기지도 못한 싱글벙글 얼굴로 자식 뒤쫓아 들어서자마자
무심결 공중으로 치솟아 발이 디딘 코딱지만 한 공간, 그 곳이 다란다.
그 빌딩 한 동도 아니고!!! 땅도 없는 허공 중에 둥둥, 그 많은 논때기 다 잡아먹고 한 톨 흙도 없이.
세월이 흐른 뒤 2022년 어느 이야기다.
생애 이렇게 신날 수가 없다. 연일 오르고 또 올라 아파트는 금값이다.
아파트를 팔까 말까 오락가락복덕방 기웃거리다가 알아차렸다.
아파트 분양가에 화들짝 놀란 가슴은 천지에 널린 아파트 신축공사장만 보아도 저린다.
헌 아파트는 팔고 사과 심고 상추 심어 뜯어 먹을 수 있는 대지를 꿈꾸는 중,
어느 아침 졸지에, 아파트값은 뚝뚝 심연으로 떨어져 내려, 감히 살 수도 없는 땅이 되어버렸다.
고향 집 정서는 허물어지고 아이의 초롱초롱 꿈은 몇백 채 아파트 가지고 노는 빌라대마왕이건만!
꽃분홍 청푸르게 에두르는 아파트 조경은 불안과 환희의 야누스 키치 그린그린(kitsch green green)이다.
아파트 그 어느 구석에서라도 고향 집에 살, 살았던, 살고 있는 도깨비라도 호출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