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제목 : 낯선 빛으로 본 부산의 역사
전시작가: 노형주
전시일자: 2025년 11월19일-11월30일
관람시간 : 오전 11시-오후 6시까지 (월요일 휴관)
전시장소 : 스페이스포포 (부산시 금정구 금정로 79, 3층)
오프닝 : 별도 오프닝이 없습니다.
작가노트(Artist Statement)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는 행위는 언제나 새로운 감각의 문을 연다. 나는 적외선 필름이라는 비가시광(非可視光) 매체를 통해, 부산의 역사 속에 묻혀버린 장소 ‘하야리아 부 대’를 다시 바라보고자 했다. 한때 도시 한가운데 존재했지만 누구도 쉽게 접근할 수 없었고, 지금은 기 억 속에서조차 흐릿해진 그 공간을, 눈에 보이지 않는 빛으로 다시 기록해낸 것이다. 적외선 필름은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영역의 빛을 포착한다. 나는 이 기술적 특성을 단순한 시각적 실험이 아닌 역사를 되살리는 감각적 장치로 사용했다. 하얗게 빛나는 나무, 비현실적인 명암으로 뒤바뀐 풍경은 실제와 다른 세계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그 낯 섦 속에서 우리는 ‘잊혀진 역사’와 마주하게 된다. 익숙한 장소를 낯설게 만드는 순간, 과거는 다시 질문 을 던진다. 하야리아 부대는 한국전쟁 이후 미군이 주둔했던 장소이자, 근현대 부산사 속에서 국가의 권력과 세계 정세가 교차했던 공간이다. 그러나 그 역사적 무게와 달리, 그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나는 적외선이라는 특수한 필름을 통해, 기억의 흔적을 비추는 새로운 조명을 시도한다. 그리고 그 장면은 기록을 넘어, 이미지가 곧 하나의 사유가 되는 예술적 경험으로 확장되기를 바란다. 이 작업은 기술과 철학, 기록과 해석 사이를 오가는 여정이다. 나는 사진을 단순한 ‘기록 도구’가 아닌, 보이지 않는 것을 가시화하는 통로로 믿는다. 그렇기에 이 전시는 “기억을 다시 본다는 행위”, 그리고 “지워진 역사를 예술로 되살린다”는 시도의 결과물이다. 관객이 이 낯선 빛 속에서, 사라진 공간이 남긴 흔적과, 그 위에 겹쳐진 시간의 층위를 새로운 감각으로 마주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