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제목 : <이면의 응시:형상에 가려진 도시 너머를 보다>
참여작가 : 손동환
전시기간 : 2026년 04월 23일(목) – 05월 03일(일)
관람시간 : 11시-18시 (월요일 휴관)
전시장소 : 갤러리 spaceFOFO
부산광역시 금정구 금정로 79 3층
오 프 닝 : 2026년 04월 25일(토) 오후 4시
전시문의 : 010-8558-0026
홈페이지 : www.spacefofo.kr
[기획의도]
예술이 피어나기 위한 토양은 때로 척박합니다. 창작의 열정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전시 공간의 부족과 경제적 기반의 취약함은 많은 작가에게 현실적인 벽으로 다가오곤 합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러한 결핍은 예술의 본질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기도 합니다. 갤러리 스페이스포포는 매년 이러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해온 작가들을 발굴하여 그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고 있습니다.
올해 주목한 사진가는 경남 양산이라는 지역적 토대 위에서 도시의 숨겨진 표정을 집요하게 탐구해온 사진가 손동환입니다. 그는 화려한 수사나 장식적인 기교 대신, 카메라라는 도구를 통해 대상의 본질을 꿰뚫는 응시의 시간을 가져왔습니다. 이번 전시 <이면의 응시>는 그가 오랜 시간 축적해온 시각적 사유의 정점이자, 우리 시대 사진 예술이 나아가야 할 또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는 소중한 기록입니다.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현대 도시의 풍경은 ‘과잉’ 그 자체입니다. 24시간 꺼지지 않고 명멸하는 네온사인, 하늘을 가릴 듯 빽빽하게 들어선 고층 빌딩의 숲, 그리고 그 사이를 끊임없이 흐르는 자동차의 소음과 인파의 물결은 우리의 감각을 쉼 없이 자극합니다. 정보는 넘쳐나고 이미지는 도처에 널려 있지만, 정작 우리는 그 수많은 시각 정보 속에서 무엇 하나 깊게 들여다보지 못합니다. 소위 ‘시각적 불감증’이라 불리는 이 현대적 질병은 우리로 하여금 사물의 외피만을 훑고 지나가게 만듭니다.
손동환의 작업은 이러한 도시의 피로한 맥락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데서 출발합니다. 그는 모두가 ‘더 많이 담고, 더 화려하게 보여주려’ 애쓸 때, 카메라의 프레임을 극도로 절제하는 선택을 내렸습니다. 사진가가 뷰파인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선택’과 ‘배제’의 연속입니다. 여기서 손동환은 사진에서 “무엇을 더 채울 것인가?”라는 욕망을 과감히 내려놓습니다. 대신 그는 “어디까지 덜어낼 수 있는가?”라는 미니멀리즘적 화두를 통해 도시를 해체하고 재구성합니다.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기법은 ‘설명적 요소의 배제’입니다. 일반적인 도시 사진이 장소의 특정성이나 사건의 기록에 집중한다면, 손동환의 사진은 그 장소가 어디인지, 그 건물이 어떤 용도인지를 설명하는 모든 단서를 지워나갑니다. 지시적인 정보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오직 사물의 뼈대와 같은 기하학적 골조만이 남습니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사진의 기록성을 넘어선 ‘회화적 시각화’를 시도합니다. 프레임의 과감한 단축(Fore-shortening)과 평면적 구성은 입체적인 도시 공간을 2차원의 추상적인 면으로 환원시킵니다. 수직으로 날카롭게 뻗은 건축물의 직선, 콘크리트 외벽이 만들어내는 무채색의 질감, 그리고 하늘과 맞닿은 지점이 이루는 기하학적 비례는 마치 캔버스 위에 정교하게 그려진 추상화를 연상시킵니다. 이는 사진이 단순한 복제가 아니라 작가의 주관적인 필터에 의해 재창조된 예술적 산물임을 증명하는 지점입니다.
이번 전시의 백미는 야간의 빛을 다루는 작가의 탁월한 감각에 있습니다. 태양광 아래 드러나는 도시가 명확한 실체를 가진 ‘정면’의 세계라면, 조명이 투과하며 만들어낸 야간의 풍경은 도시가 숨겨두었던 ‘이면’의 세계입니다. 손동환은 인위적인 조명이 건축물의 외벽에 닿아 만들어내는 미묘한 층위와 그 반대편에 길게 드리워진 짙은 그림자에 주목합니다.
그림자는 불필요한 디테일을 어둠 속으로 삭제하고, 오직 빛이 머무는 본질적인 형태만을 강조합니다. 이 강렬한 대비가 만들어낸 ‘정적(靜寂)’은 단순히 소음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대상과 관찰자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이자 몰입의 순간입니다. 작가가 포착한 이 정적은 관람객이 자신의 사유와 감정을 자유롭게 채워 넣을 수 있는 ‘시각적 여백’으로 작동합니다. 텅 빈 공간과 어두운 그림자 속에 머물며, 관람객은 비로소 도시의 소음에서 해방되어 침묵이 건네는 깊은 언어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결국 손동환의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적게 보여주는 기술’이 아닙니다. 그것은 가장 중요한 본질 하나를 남기기 위해 주변의 모든 부차적인 것들을 걷어내는 ‘정신적 수양’의 과정과 닮아 있습니다. 그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세상을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가 아닌, 명료한 선과 빛의 논리로 정리하여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작가가 도시라는 거대한 캔버스 위에서 읽어낸 침묵의 기록들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과연 우리가 사는 공간의 본질을 제대로 마주하고 있는가? 소음 속에 가려진 진짜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이면의 응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작가의 시각적 답변입니다. 전시장을 거니는 관람객 여러분께 권합니다. 작품 앞에 잠시 멈춰 서서 그 프레임 안의 여백을 깊이 응시해 보십시오. 손동환이 정성껏 덜어내고 남긴 단 하나의 선과 단 하나의 빛이, 여러분의 내면에 얼마나 커다란 울림을 만들어내는지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전시가 피로한 현대인의 시선을 정화하고, 다시금 세상을 투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사유의 시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작업노트]
〈이면의 응시: 형상에 가려진 도시 너머를 보다〉
도시는 수만 개의 욕망이 교차하며 그려낸 견고하고도 질긴 무늬다. 현대 도시는 각기 다른 갈망을 품은 이들이 모여 끊임없이 증식하고 변모하는 거대한 무대다. 이 무대 위에서 개인의 욕구는 삶의 양식을 결정짓고, 그 보이지 않는 마음의 지도는 도시의 물리적인 형상으로 박제된다. 우리는 경제적 성취와 사회적 명예, 혹은 내밀한 결핍을 채우기 위해 서로를 응시하고, 연결되며, 때로는 충돌하며 저마다의 서사를 쌓아 올린다. 이러한 욕구가 투영된 집들이 그들만의 색으로 존재를 드러내고 있는 도시를 산책하면서 창문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을 바라보고,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을 바라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를 바라본다.
나의 도시 연대기는 산골의 적막을 뒤로하고 당도한 낯선 풍경에서 시작되었다.
나의 도시생활의 시작은 중학교 진학을 위해 한적한 산골마을을 떠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시작은 오직 눈물로 적신 축축한 베개의 기억으로 남았다. 적응이라는 이름 아래 도시는 어느덧 욕망의 실현지로 변모했고, 나 또한 나만의 색채가 담긴 공간에 정착하기 위해 질주했다. 하지만 그 뜨거운 갈망은 과연 온전히 나만의 것이었을까?
이제 나는 소란스러운 욕망의 폭풍에서 한 걸음 물러나 초연한 관찰자(Flâneur)의 길을 걷는다. 은퇴 후 제2의 삶을 살아가는 여정 속에서의 도시 산책은 목적지를 향한 질주가 아니라 형상에 가려진 본질을 더듬는 구도의 과정이다. 도시의 건물과 창문들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존재와 욕망을 가두거나, 혹은 증명하는 상징적 장치다.
〈이면의 응시〉는 구상(Concrete)의 경계를 허물고 추상의 색채로 도시를 다시 그려낸 기록이다. 상징으로 고착된 물리적 형상 너머, 보이지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그들의 색(色)으로 해석하여 추상적으로 구현하려 했다. 나는 이성의 질서 대신 감성의 파동으로, 의식의 필터 대신 직관의 셔터로 도시의 틈새를 흐르는 빛과 서사를 포착했다. 기하학적인 선과 면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은 곧 그곳에 머무는 존재의 숨결이다. 나는 그 빛을 바라보며 타인의 서사를 듣고, 그들을 응시하는‘나’라는 존재의 내면의 시선으로 도시를 다시 그려내려 했다. 이 작업은 그 과정의 기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