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fofo gallery 기획전 박민숙 <자연의 추상>

전시제목 : 자연의 추상

전시작가 : 박민숙

전시기간 : 2026.11.05(목) – 11.15(일)

관람시간 : 11:00 – 18:00 (월요일 휴관)

오프닝 :2026.11.07(토) 16:00

전시장소 : 스페이스포포 (부산광역시 금정구 금정로 79 3층)

작가노트

나는 자연을 바라볼 때 눈에 보이는 형태 그대로를 기록하기보다, 그 안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분위기를 사진

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자연은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빛과 시간, 날씨와 계절에 따

라 끊임없이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나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가 평소 쉽게 지나치는 순간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하나의 추상적인 이미지로 담아내고자 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자연을 바라보는 순간, 익숙했던 풍경은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나뭇잎의 흔들림,

물결의 움직임, 햇빛이 만들어내는 그림자, 바람에 따라 달라지는 식물의 형태처럼 자연을 이루는 작은 요소

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미지가 된다. 나는 이러한 요소들을 구체적인 대상으로 인식하기보다 색과 형태, 빛

과 선으로 바라보려고 한다. 그렇게 바라보면 나무는 더 이상 단순히 나무가 아니고, 물은 단순한 물이 아니라

감정과 분위기를 전달하는 하나의 언어가 된다.

특히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빛이다. 같은 장소라도 어떤 시간에 어떤 방향에서 빛이 들어오는가에 따

라 전혀 다른 풍경이 만들어진다. 강한 햇빛은 자연의 형태를 선명하게 드러내기도 하고, 반대로 흐린 날의 부

드러운 빛은 형태를 흐릿하게 만들면서 공간에 조용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나는 이러한 빛의 변

화가 자연을 추상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사진 속에서 빛은 단순히 대상을 밝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감정과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나는 그림자와 색의 변화에 관심을 두고 있다. 자연 속에서 만들어지는 그림자는 실제 대상과는 또 다른

형태를 만들어낸다. 하나의 나무가 만들어내는 그림자는 나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그 존재

를 느끼게 한다. 나는 이러한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 사진을 통해 모든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기보다는 일부를 감추고, 보는 사람이 이미지 안에서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발견할 수 있는 여지를 남

기고 싶다.

나에게 자연을 추상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자연의 모습을 무조건 알아볼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오히

려 자연을 조금 더 자세히 바라보는 과정에 가깝다. 우리가 평소 풍경을 바라볼 때는 나무, 하늘, 강, 꽃과 같

이 익숙한 이름으로 대상을 구분한다. 하지만 그 이름을 잠시 내려놓고 바라보면 자연은 수많은 선과 면, 색과

질감, 움직임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이미지가 된다. 나는 사진을 통해 바로 이러한 순간을 보여주고 싶다.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나는 자연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도 경험하게 된다. 사람은 카메라의 위치와 초점, 구

도와 노출을 선택할 수 있지만 바람의 방향이나 구름의 움직임, 햇빛의 세기까지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다. 그

렇기 때문에 자연을 촬영하는 일은 기다림의 과정이기도 하다. 내가 원하는 순간이 찾아올 때까지 바라보고

기다리면서, 우연히 만들어지는 장면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이러한 우연성이 사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고 생각한다.

때로는 내가 의도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예상보다 강한 빛이 들어오거나, 움직이

는 피사체가 흐릿하게 표현되거나, 그림자가 예상하지 못한 형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처음에는 이러한 결

과를 실패라고 생각했지만, 작업을 계속하면서 오히려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완벽하게

통제된 이미지보다 자연스럽게 발생한 흔들림과 불규칙한 형태가 자연의 본질에 더 가까울 수도 있다는 생각

이 들었다.

나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은 완벽한 형태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과정 속에도 존

재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자연은 계속 움직이고 변화한다. 계절이 바뀌고, 날씨가 달라지고, 빛이 이동하며, 생명은 자라나고 사라진다. 우리가 한 장의 사진으로 기록하는 순간 역시 자연이 변화하는 긴 시간 속

아주 짧은 순간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사라지는 시간을 붙잡아두는 행위라

고 생각한다.

내가 찍은 사진 속 자연은 특정한 장소를 설명하기 위한 풍경이라기보다, 내가 그 순간 느꼈던 감정에 가깝다.

어떤 사진에서는 고요함을 표현하고 싶었고, 어떤 사진에서는 생명력이 느껴지는 움직임을 담고 싶었다. 때

로는 자연을 바라보며 느꼈던 외로움이나 편안함, 설렘과 같은 개인적인 감정을 색과 형태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 그래서 같은 자연을 바라보더라도 사진을 보는 사람마다 서로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진을 통해 자연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생각해보고 싶다. 사람은 자연과 떨어져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

지만 실제로 우리의 삶은 자연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햇빛과 비, 바람과 계절의 변화는 우리의 일

상과 감정에도 영향을 준다. 자연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

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다시 인식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자연을 바라볼 시간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건물과 도로, 도시의

불빛과 소음 속에서 살아가다 보면 눈앞에 존재하는 자연조차 하나의 배경처럼 지나치게 된다. 나는 사진을

통해 사람들이 잠시 멈춰서 자연을 바라보기를 바란다. 아주 작은 잎의 형태나 빛의 흔적, 흔들리는 그림자처

럼 평소에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발견하고, 그 순간 자신만의 감정을 느꼈으면 한다.

결국 나에게 사진은 자연의 언어를 다른 방식으로 번역하는 작업이다. 자연은 말로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지

않지만 빛과 색, 형태와 움직임을 통해 끊임없이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나는 카메라를 통해 그 이야기를

바라보고, 내가 느낀 순간을 이미지로 옮긴다. 내가 찍은 사진이 자연을 그대로 설명하는 이미지가 아니라, 자

연을 바라보며 느낀 감정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되었으면 한다.

앞으로도 나는 자연 속에서 빛과 그림자, 형태와 색이 만들어내는 순간들을 계속 관찰하고 기록하고 싶다. 같

은 장소를 반복해서 바라보면서도 매번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익숙한 풍경 속에서 새로운 추상적 이미지를

찾아가고자 한다. 또한 내가 바라본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시간과 감

정, 변화의 흔적까지 사진에 담아내고 싶다.

내 작업에서 자연은 하나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언어이다. 나는 그 언어를 사진으로 옮기는 사람이고,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각자의 경험과 감정을 통해 그 이미지를 다시 해석한다. 내가 자연에서 발견한 고요함

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수도 있고, 내가 아름답다고 느낀 색과 형태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억을

떠올리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사진이 완성되는 순간을 셔터를 누르는 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자연을 바라보며 느낀

감정이 사진이 되고, 그 사진을 바라보는 누군가가 다시 자신의 감정을 발견할 때 비로소 작업이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자연에서 빛과 그림자가 춤추는 고요한 시간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순간을 사진이라는 언어로 기록한

다. 내가 담고 싶은 것은 단순한 자연의 모습이 아니라, 자연을 바라보는 동안 내 안에서 생겨난 감정과 자연

이 건네는 보이지 않는 이야기이다. 이 사진들이 누군가에게 잠시 멈춰 자연을 바라보게 하는 작은 계기가 되

기를 바란다.

© 박민숙_47x47cm 디아섹 아크릴

© 박민숙_47x47cm 디아섹 아크릴

© 박민숙_47x47cm 디아섹 아크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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